멋스러움을 더해 가는 칠석차문화제

늦으막이 아침을 먹고 승용차로 집을 나섰다. 일년에 한번 주어진 귀중한 휴가이지만 올해는 가 보고싶은 문경으로 떠난다. 내가 좋아하는 차문화행사가 휴가 중에 열리기 때문이다. 3번 국도를 따라 나섰으나 음성까지는 빨리 가지 못했다. 충주, 수안보를 지나면서 콧노래도 흥얼거리고 신나게 달렸다. 왼쪽의 월악산 절경을 제치고 차는 이화령 갈림길에 다달았다. 고갯길로 가려다 시간이 늦어 이화령터널로 나와 행사장에 도착하니 4시가 좀 넘었다.

문경새재 야외공연장에는 더운 날씨에도 많은 내외 귀빈들이 모여 있었다. “제7회 칠석차문화제”를 알리는 개회식이 있었고 무대에는 우리의 전통가락이 연주되는 가운데 견우와 직녀를 기리는 칠석차 행사가 시작되었다. 풋과일과 채소를 올리며 거문고로 오작교를 짓고 정성스레 차를 올리는 모습은 우리네 여인들의 참 멋이 깃들어 있는 세시 풍속이었다. 이어 무대에서는 국악예술단원의 연주와 고전무용, 북춤 등이 이어졌고 넓은 잔디밭에는 여러 지역에서 온 차인들의 들차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정성스럽게 준비해온 다식과 차를 마시며 이곳 저곳 찻자리를 돌아보는 즐거움은 아마도 접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다.

그 중에도 눈길을 끄는 것은 “아름다운 찻사발, 다관 품평”이었다. 저마다 아끼고 정성스럽게 쓰던 찻그릇들, 어느 작가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차인들이 차생활을 하면서 생긴 아름다운 모습을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겨룬다는 것이다. 찻그릇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인들의 손끝에서 양도되어 다른 모습으로 보여지는 것도 중요하다. 차생활에 의해 생겨난 아름다운 흔적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자아내게 했다.

심사는 다섯명의 전문위원들이 세밀하게 보고 몇 차례에 걸처 엄정하게 하는 것 같았다. 다관, 찻사발 품평은 다른 곳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독특한 행사이다. 이러한 행사는 차인들이나 도예가들에게는 꼭 필요한 행사라고 보여진다.
차인들에게는 찻그릇이 변해 가는 과정을 살필 수 있고, 그릇을 만드는 이는 자신의 분신 같은 것들이 어떤 과정을 거치며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이것이 새로운 찻그릇을 만드는데 기준이 되이라 믿는다. 그리고 초심자나 일반인들은 찻그릇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무대는 사물놀이가 한 것 흥을 돋우고 잔디밭의 들차회도 끝 가는 줄 모르고 부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곧이어 “들차회”와, “아름다운 찻사발, 다관” 시상식이 있었고 “제7회 칠석차문화제”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물론 행사 진행에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큰 행사를 지방 단위차회에서 주관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질책보다는 장려 차원에서 우리는 애정을 갖고 충고와 격려를 보내 주어야한다.

행사 여운은 자리를 옮겨 월파 이정환씨 댁에서 뒤풀이로 이어졌고, 문경의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갔다...

서울 남현동 전 석 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