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七夕날 밤의 정서에 어울리는 詩한편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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七 夕

칠석날 벽로방엔
맑은 은하수 갈대밭을 은은히 비추고
한 줄기 종소리 북청으로 들려오고
반달 그림자 서쪽 담 넘어가네
견우직녀에겐 이 밤 몹시 짧으려니
휘장친 대자리 꿈은 어이 이리 서늘한가.
술취해 목말라 차생각 간절해도 다동은 졸고
혼자서 등잔 심지 돋우고 향을 사르네

七月七日碧籚舫 耿耿銀河籚葉蒼 一杵鐘聲來北片扁 半規蟾影過西墻
牛郞織女宵何促 筒簟紗廚夢亦凉 酒渴思茶童子睡 殘燈自剔自添香

칠석은 가을을 준비하는때이니 나이든 자신에게는 감회 깊은 절후다. 늦도록 잠 못이루고 밖을 보니 은하수는 쏟아질듯 훤히 하늘을 가르고, 집 앞 갈대밭은 은은히 고개 숙인 모습니다. 벽로방(碧蘆舫)이란 푸른 갈대로 위를 얽은 배라는 뜻으로 자신의 서재 이름이다. 지금 이 서재가 달빛 은은한 갈대밭을 지나가는 벽로방으로 오버랩 된다. 이는 서재의 벽을 허물고 그 규구(規矩)를 벗어나 무애(無碍)의 공간인 자연 속으로 확대되어 우주와 하나 된다.
이때 멀리 절에서 울리는 종소리가 들려오고 초승달은 서쪽으로 사라진다. 多情多感으로 늦은 시간까지 잠 못 이루는 주인공에게는 서리 내리는 밤 강가의 조그만 배 위에서 한산사(寒山寺)의 종소리에 잠을 설치던 장계(張繼)와 같은 감회에 젖는다. 좋은 對句다. 종소리가 청각을 통해 북쪽에서 들려오고 달은 서쪽으로 시각에서 사라진다. 삶과 죽음, 만남과 헤어짐도 이와 같은 것을---
그리고 칠석이니 사랑하는 두 사람의 재회의 시간이다. 일 년을 하루같이 그리워하다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하룻밤의 시간이야 어찌 그 길이를 말할 수 있겠는가. 그같은 뜨거운 사랑의 순간에 자신은 차가운 자리에서 뒤척이며 외로움에 떨고 있다. 심리적 대조로 나타나는 상대적 현상이리라.
늦도록 마신 술이 깨면서 차 한잔 생각이 간절하지만, 다동은 이미 자고 있으니 등잔 심지 돋우고 향을 더 피우며 책장을 넘기고 있다. 점쟎은 선비 체모에 밤중에 손수 차를 끓일 수도 없고, 따로 다석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이 文韻이 가득한 벽로방에서 조용히 수연승화(隨緣乘化)할 뿐이다.

류건집 교수님의 글입니다.
따뜻한 배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