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겨울
詩: 김성진









겨울 바람이 뽀얗게 불어 와


영상(零上)의 가슴을 파고드니


탁한 공기에 시달려


수없이 찌들어진 삶의 연륜에


시원한 통로를 만들어 줍니다





밝게 손짓하는 하얀 바람이


겨울잠으로 꿈꾸고 있는


흰 눈 덮인 숲속을 스쳐가니


겨울 옷을 벗어내려던 숲이 깜짝 놀라


하얀 미소를 지으며 들려주는 속삭임


멀리서 오고 있는 봄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차가운 겨울 바람 속에서도


들려오는 당신의 그 따뜻한 목소리


내 마음의 뜨락에


애틋한 연민의 바람으로 와 닿으시니


살을 에는 삭막한 여정으로


뼛속까지 식어가는 내 마음에


사랑의 불을 지펴 줍니다





당신이 내뿜으시는 입김은


밝게 손짓하는 눈바람으로


흰 옷 덮인 숲속을 스쳐 가시니


겨울잠에 취해 침묵의 꿈을 꾸고 있던


숲속의 나무가지들이 깜작 놀라


무겁던 흰 옷을 벗어내며


당신이 풍기시는 하얀 훈김을


겹겹이 쌓인 겨울 가슴을 열어


흠뻑 들여 마시니


이토록 향기로운지요





나는 차디찬 눈 속에서


외로운 이 겨울을 나목으로 살아 와도


당신의 훈훈한 품에 안겨


새 봄이 오는 날을


인동(忍冬)의 기다림으로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