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찻그릇은 무엇인가?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인 정동주씨가 던지는 물음 얼마전 펴낸 책 (다른세상)의 제목이기도 하다
정씨의 답은 이렇다 차가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종교라면 찻그릇은 아름다움으로 들어가는 문이며
길이다 차에 입문한지 30여년 정씨는 경남 사천 용현리에 동다헌 (東茶軒)을열고 차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찻그릇은 비빔밥 국밥 담는 그릇과 달라요 지나치다 싶을만큼 갗쳐야 할 조건이 많지요

커피는 그저 홀짝 들이키면 되는데 차 마시기는 굉장히 복잡하단 말이죠 이번 책에서는 그 까다롭다는 찻그릇 만드는 물레대장 14명을 소개한다 일제가 우리 흙 다퍼가고 이제는 좋은 도자기 만들 흙이 얼마남아있지 않아요 다들 쉽게 돈주고 수입산 공장흙 받아다 쓰는판이지요 그런데 우리 흙이 아니면 우리 그릇의 미학을 표현하지 못하거든요 이 사람들은 철저하게 우리 흙을 고집합니다 당장 그릇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아도 흙을 숙성시키며 연구하고 있어요 이 땅의 흙과 대화하는 사람들이지요

서울 사간동 법련사 불일 미술관에서는 정씨의 책에 등장하는 도예가들의 전시 우리시대 찻그릇
(27일까지)도 열리고 있다 마치 고독한 수행자처럼 흙과 불에 자신을 던져 넣은 지독한 고집쟁이들이 빚어낸 ��사발들이 전시장에서 조용히 숨쉬고 있다 몰래 슬쩍 만져보고 싶을정도로 잘 생겼다 정씨가 소개하는 장인 14명은30대 ~50대 중반 그가 해방 후 2~3세대 라고 부르는 이들이다 양대 산맥은 우송 김대희와 연파 신현철 우송은 청자 백자에 몸을 던졌어요 꽉 막힌길 길없는 길을 가는 사람이지요 전시장에 나온 김대희의 청자 백자는 보는이를 숨죽이게 만드는 서늘하면서 고결한 매력이 있다

잽다 깨버리고 싶을 정도로 좋지 않는냐고 정씨가 탄복한다 아주 곧이 곧대로만 한다고요 그릇 빚는데 워낙 정성을 쏟아 일년에 몇번 굽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신현철의 박력 넘치는그릇에 대해서는 디자인이 가장 돋보이는 그릇 너무 자유분방해서 전통의 입장에서 보면 무례하고 발칙할때도 있다고 평한다 우동진의 연질 (軟質)백자는 백자의 차가운 맛에 잡기의겸손함 친근함을 끌어들인다는 작품이다 그러고 보니 그의 백자는 뽀얀 것이 막걸리 한사발 찰랑찰랑 따라놓은 것 같기도 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백설기 같기도 하다 미끈하면서도 따뜻하다

전자공학과 나왔으니 취직도 잘 �瑛뼜姆� 험한 길을 가고 있어요또 임만재 홍성선 김성철 서영기 유태근 이일파 김갑순 김종훈...다들 보석 같은 사람들입니다 톳물받기 고막밀기 장작패기 불 다스리기...정씨가 소개하는 도예가들은화려한 길 쉬운길 편리한 길과는 정반대로 가는 사람들이다 이제 서른인 김지선의 그릇에 대해서는 조상의 피가흐른다고 말한다

천주교 박해를 피해 가마로 들어가 대대로 흙을 만진 옹기장이 집안 출신이라는 설명 문경 주흘요 주인 이정환에 대해서는 달 물결로 찻사발 빚는 흙의 시인이라는 찬사가이어진다 경남 합천 박달가마의 여상명은 300년 쓸 흙을 수집해 두었다는 인물 정씨는 순수 국산 흙을 그렇게 많이 가진사람은 밝달가마 주인뿐일것이라고 감탄한다 조선시대 사기장들이 임진왜란 당시 대거 일본으로 끌려 가면서 왕실 관요가 문을 닫으면서 일본에서 밀려드는 주문받아 그릇 만들어내느라 전통이 혼탁해진 우리 찻그릇의 수난사를 안타까워하는 저자는 한국 그릇은 무엇보다 당당하고 그 당당함을 소박함이 받치고
있다고 설명한다 틀에 찍어낸 뜻 정확하지는 않아요 그저 손 한번 쓱 대고 지나간듯 그냥 내버려 둔 듯한 무상함이 특징이지요

그가 한국의 솔 느티나무가 있는 풍경 부처 통곡하다 등 저서를 펴낸 정동주씨는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것 그래서 우리가 외면하고 있을지 모를 한국의 아름다움을 파고 들고 있다며 그안에 우리의 삶을 새롭게 할 기운이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찻사발을 보려면 불일 미술관에 14일 오전까지 가야한다 이후 20일까지는 찻잔 27일까지는 차도구 순서로 선보인다

바로제때 올렸으면 더좋았을걸
한참지난 글이지만 스크랩해두었던글 보다가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