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있었다
그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다

어느덧
왕자가 성장하여
비(妃)를 맞아야 할 때에 이르렀다

엄하고도 엄하게 왕비감을 골랐다
마지막에 남은 처녀는 셋...

왕은
처녀 셋에게 말하였다
"너희 가운데 궁전에는 하나밖에 들어올 수가 없다.
너희의 지혜를 보고
결정할 수밖에..."

왕은
처녀 셋에게 동전 하나씩을 주었다

"이 돈어치로
각자 지금 묵고 있는 방을 채우거라."

사흘째 되는 날에
왕은
처녀들의 방을 순례하였다

첫째 처녀의 방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작은 물초롱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주신 돈으로는 이 물초롱밖에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둘째 처녀의 방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장작이 가득 들어 있었다
"주신 돈으로는
이 나무밖에 살 수가 없었습니다."

셋째 처녀의 방문을 열었다
방은 깨끗이 치워져 있었고
방 한가운데는
초 한자루가 빛을 내며 타고 있었다
"주신 돈으로는 초를 샀습니다
이 빛은 방을 채우고도 남습니다."


물론
왕자의 비(妃)에는
셋째 처녀가 올랐다



정 채봉님의 "모래알 한가운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