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된 삶

시: 홍종기

오다가다 쓰러진 삶을 일으켜 세우기도 하고
돌아가는 세상사에 머물기도 하다가
활공하는 솔개의 쫙 펼쳐진 날개 속에 나를 묻고
펼친 그대로 세월을 강물 따라 흘러보낸다.

터널 지나는 버스 속 텔레비전의 정지된 화면 같이
순간의 나를 찾아 멈칫거리다 다시 자동차 바퀴처럼 구른다.
한 바퀴 두 바퀴 구를 때마다 가속되어
바퀴의 원 모양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잊고 살아온 사람이 정지된 화면에 우뚝 서있는 것을 보고
그를 끌어안고 바퀴처럼 한없이 구르고 싶다.
발가벗은 모래밭에서 발갛게 달아오른 살결이
지글거리는 태양 속으로 녹아 들어갈 때까지

바람이 일고 냉기가 스며든 한 순간의 그곳에서
영원히 정지된 상태 그대로 조용히 숨을 가다듬고
메말라 떨어져 내리는 나뭇잎 같이 팔랑거리는
마음을 조용히 눈 감고 쓸어내린다.